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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시집
이 게시판은 한용운 문학상을 수상하신 "정세일 시인"의 글과 시를 올려드립니다.
보리가 익을 무렵에는
BY 5월의 시집2023.02.16 03:52:22
보리가 익을 무렵에
정세일
보리가 익을무렵 보리안에는 깜북이란 놈이 있어 보리밭 가운데 새까맣게 여기저기에 보리밭 주인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의 어린시절에 친구들과 나는 보리밭이 물려있는 동산으로 놀려가곤 하였습니다 친구들은 나보다도 한두살이 나이가 위여서 언제나 나를 놀리는 일을 재미로 여기고 하였습니다.
보리밭으로 놀려가면은 친구들이 이렇게 말을 하였지요 누구든 우리와 친구를 하려면 깜북이를 한 번씩은 누구나 입에 넣고서 훝어야 한다고요 순진한 나는 깜북이를 입에넣고 침을 묻혀서 훝었더니 입가에 새까맣게 묻은 모습을 보고 검둥이 검둥이 보리밭에 앉았다 하고 깔깔 놀려대면서 약을 올리며 도망을 가곤 하였습니다.
친두들은 보리대를 꺽어서 피리를 만들기도 하고 보리잎을 양손에 넣어서 풀잎소리나는 새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뽐내고 있어서 나는 그런 친구들과 노는것이 재미있어 그들이 오늘도 깜북이를 입에 넣고 입으로 훝으라는 말에도 샛별처럼 눈을 반짝이며 얼굴을 찡그리면 바보같이 다시 깜북이를 입에 넣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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