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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시집
이 게시판은 한용운 문학상을 수상하신 "정세일 시인"의 글과 시를 올려드립니다.
눈이 소복 소복 내리는날
BY 5월의 시집2023.02.16 03:47:50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날 어머니는 그리도 아끼던 이불처럼 쓰던 군대담요로 호롱불 아래서 바느질을 하여 내 덧신을 만들었답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마루바닥을 청소하는날 마루바닥을 초를 칠하여 광을 내면 한사람이 앉으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미끄럼도 탈수있었 형들은 먼곳에서 쫏아와서 스케이트를 타듯이 쭉 쭉 미끄러지는 모습이 너무나 재미가 있었답니다.
학교 마루바닥은 대패질을 손으로 한 소나무 송판으로 짜여진 것이어서 초를 칠하면 우리들 발바닥에 가시가 들지 않으니까요 오늘은 마루바닥에 초를 칠하는날 여자아이들은 교실청소와 집에서 만들어온 헝겊닦게로 유리창을 닦고 우리는 마루바닥에 광을내는 대 청소를 하는날.
나는 엄지발가락위에 빵구난 양말을 신고 그위에 어머니가 군대담요로 만들어준 덧신을 신고갑니다 저번에는 떨어진 양말사이로 뽀족이 나온 엄지발가락을 보고 여자아이들이 쳐다보던 그 무안함과 수줍음이 나는 있어서 오늘 덧신을 신고 가면 꿰맨 양말이 보이지 않을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학교에 가고 있습니다.
내가 오늘 열심히 초를 칠하고 있을때 친구들이 몰래 미는 바람에 나는 몇번이나 꽈당거리며 넘어지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무엇이 그리 재미가 있는지 하하 호호 웃고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홍당무가 되고 있습니다 담요로 만든 덧신은 왜그리도 잘 미끄러지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