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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시집
이 게시판은 한용운 문학상을 수상하신 "정세일 시인"의 글과 시를 올려드립니다.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
BY 5월의 시집2023.02.14 07:15:43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
정세일
개구리가 비가 오지 않는데도 그리도 시끄럽게 울던날 아버님은 괭이를 들고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시면서 한뼘 논에 물을 대고 오마 하고 가셨지요.
꼬불거리는 산길을 건너서 어깨에 나무로 자루가 긴 괭이를 비켜 매고서 휘적 휘적 거리며 부엉이가 소리나는 곳으로 그 언덕길을 내려가셨었지요.
아버지는 언제든 우리논이 귀가밝은 것을 알고 계셨지요 아버지의 스치는 발걸음을 듣고 가슴에 물을 채워 벼들의 목마름을 적셔주려고 언제나 밝은 달이 뜨면 잠들지 않는다는 것을 아버지는 알고 계셨지요.
개구리가 시끄럽게 우는밤 아버지는 그 산길을 돌아오실때는 가슴속에서 울려나오는 어-허 하는 소리로 길게 시작되는 노래를 부르셨지요 그 소리속에는 아버지의 마음이 천년의 무게만큼이나 실려있어서 우리집 꼬랑지 논은 손바닥만한 가슴속에도 풍년을 생각하며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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