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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시집
이 게시판은 한용운 문학상을 수상하신 "정세일 시인"의 글과 시를 올려드립니다.
추석이 오는 것을 물어보고
BY 5월의 시집2023.03.10 06:21:00
추석이 오는 것을 물어보고
정세일
추석이 오는 날은 달을 걸어둔 다리 위에서 고모와 누나와 다리 밟기를 하면서 우리동네 사람들이 가을가슴으로만 살아온 세월들의 아름다움을 오랜 세월동안 빛이 바래지 않고 그토록 생각이 잠긴 듯 산 이불을 덮고 잠들어있는 여울목 강물에게 물어보고
추석이 그토록 가까운 것을 가슴으로 알려면 다리 끝에 있는 외딴 초가집에 울타리로 세워진 옥수수가 가을말하는 소리와 집앞에 딸린 밭두렁에 심어논 콩들이 달을 뱃속에 여러 개 넣어 배들이 볼록하도록 가을을 익힌 것을 물어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석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려면 다리 위에서 우리들은 가을을 익히는 다리 밟기를 하고 강물이 손을 잡고 훠이 훠이 물새를 쫓듯 가을을 붉게 산처럼 익히고 산 따라 바람 따라 흘러내러 오는 것을 보면 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