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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시집
이 게시판은 한용운 문학상을 수상하신 "정세일 시인"의 글과 시를 올려드립니다.
벌써 솔잎이불을 내리는
BY 5월의 시집2023.03.09 03:33:09
벌써 솔잎이불을 내리는 정세일
혼자서 싸리재를 돌아서 그 소나무들이 아직 어두움이 머뭇거리는데도 솔잎 이불과 가랑잎 이불과 밤나무 바스락거리는 이불을 펼지고 잠들려는 그곳에는 내 발걸음이 산의 쿵쿵거리는 가슴만 밟고 달리는 것만 같아서
싸리재를 돌아서 혼자서 오는 길은 벌써 무서워지고 있었다 싸리 재는 늘 그럴 때면 나를 놀리려고 싸리나무의 그 휭휭거리는 종아리가 다 흔들거리는 바람소리를 냈고
유난히 겁이 많은 나는 손에 들어오는 뾰족한 돌을 양손에 쥐고서 눈은 자그마하게 뜨고서 자빠질 듯이 산비탈을 가로질러서 벌써 입가에 비웃는 물을 잔뜩 머금은 풀잎 위를 미끄러지며 넘어지며 달려가고 있었다 입속으로 어머니를 부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