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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시집
이 게시판은 한용운 문학상을 수상하신 "정세일 시인"의 글과 시를 올려드립니다.

동네 천렵을 하는날
BY 5월의 시집2023.03.01 09:00:12
7270

 


 

                동네 천렵을 하는날

 

정세일

 

더운 여름날에

우리 동네 사람들은

고단한 밭일을

아침 햇살이 다 비치기전

빨리 설렁거리면서 마치면

오후 해가 아직

다리 위에 있을 때

다리 밑에 모두 모여서

다리를 돌아서 흘러가는

물을 크고 작을 돌로 물을 가두고

오늘을 동네 천렵을 하는 날

이제는 여름을 빨갛게 익힌

수박도 믈속에

둥둥거리도록 뛰어놓고

온통 개구리 색으로

푸르딩딩한 참외도 따와서

물에 가득 차도록 담구어 놓았다

누구든 손만 내밀면 먹을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들은 학교에 갔다오면

그날은 집에 갈 필요도 없이

다리 밑에 가서

매운맛이 나도록 끊여놓은

어죽을 한 그릇씩 먹고

수박도 먹고 참외도 배에서 통통

소리가 나도록 먹고나서는

아무런 생각 없이 가방을 다리 밑

한구석에 던져놓으면

쌀 바위 보리바위가 있는 백구 석으로

아랫도리 무명팬티 하나만

걸친 채 맨발로 그 들녘의 풀섶을

종아리가 따갑게 스치도록 달려가곤 했다

동네 천렵을 하는 날이면

어른들은 작살을 가지고 수경 질을 하고

우리들은 고무신에 도솔비도 잡고

개 헤염이라도 풍덩거리며

강 건너까지 빨리갔다오는

시합을 하면은 온 동네가

서로를 아껴주는 그날은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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