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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시집
이 게시판은 한용운 문학상을 수상하신 "정세일 시인"의 글과 시를 올려드립니다.
달이 장독대에 가을 맛을
BY 5월의 시집2023.02.22 06:19:02
달이 장독대에 가을 맛을
정세일 달이 우리 집 장독대에 가을 맛을 비추면 그 잘 익혀 노란 맛이 가을 귀뚜라미 소리를 내는 우리 집 뒤 장독대에는 성급하게 가을을 다 익힌 고추장 그 매운맛과 구수한 된장냄세로 감똘개는 장독대 주위에 떨어지고 있고
달이 우리 집 장독대에 다리를 걸치고 가을을 바라보기라도 하는 날이면 아직도 여름의 한숨소리에 잠들지 못하고 튓방에서 남몰래 찾아온 가을의 그 달같이 환한 모습을 우리 누나의 그 옆모습처럼 훔쳐보느라 호롱불의 심지를 높여놓고 달이 찾아온 장독대를 몰래 훔쳐보고만 있다
달이 우리 집 장독대에 눈물을 뿌리던 날은 왜 그리도 가을은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그토록 가슴이 다울리도록 처량하게 울고 있었던가 마치 혼자서만 그 가을을 다 익히는 것처럼 아직도 문 뒤에서 숨어있는 나를 깨닫지 못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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