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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시집
이 게시판은 한용운 문학상을 수상하신 "정세일 시인"의 글과 시를 올려드립니다.
아버지의 그 노을가슴
BY 5월의 시집2023.03.07 04:43:28
아버지의 그 노을가슴
정세일
언제든 그 산너머 고갯길을 돌아서 아버지가 오실 때는 아버지는 그 넓은 바지락에 가슴이 붉게 물들인 노을을 언제나 지게에 매고서 오셨다 우리 집 초가 지붕에 얹어놓고 붉게 타는 가을을 언제나 보시려는 듯이
아버지가 노을을 가져오시는 날은 우리 집은 마당과 안 방은 모두가 노을이 감싸준 그 포근함으로 가슴들이 붉어져서 서로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너무나 가슴이 다 타는 듯 해서
아버지는 노을을 언제든 꿈이라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의 꿈 아버지의 꿈 그리고 어머니와 우리누나의 꿈 그리고 해를 가슴에 품은 나의 꿈이라고 언제든 노을의 붉은빛이 우리 집에서 불타면 아버지는 그 말씀을 늘 나에게 하시곤 하셨다 |